옥상길냥이 이쁜이가 또 새끼를 낳았는데 3일만에 새끼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삼색무늬 이쁜이가 새끼를 또 낳았습니다. 뒷덜미에 그렇게 상처들이 많더니 숫컷들이 와서 교미를 하고간 상처들 이었나봐요..

이쁜건 알아가지고.. 이쁜이만 그리 괴롭혔나 봅니다.

 

얼마전부터 배가 불러오더니 이제 뚱뚱할 정도로 커져서 또 새끼를 낳겠구나 하고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과는 다르게 배가 그렇게 많이 부르지는 않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낳을줄 알았는데..

 

갑자기 새끼를 낳아버렸습니다.

 

새끼를 낳을 것을 대비해서 스티로품 박스집을 언덕배기 아래쪽에 잘 은닉해서 만들어주고 거기를 보여주고 했는데...

제 욕심이었나 봅니다.

그 때만 들어가 보고 그냥 아무데나 낳아 버렸네요~

그것도 옥상에 있는 폐타이어 안쪽에..

타이어 안에 새끼 두마리가 있었습니다.

타이어 안에 새끼 두마리가 있었고 전날 새벽에 낳은 것 같았습니다.

새끼들이 울어대는데 저기에 그냥 놔둘 수는 없고 어찌할까 고민하던 차에 전에 수풀속에 만들어 놓았던 집을 옥상으로

옮겨주기로 했습니다.

 

이녀석...그걸 기다렸던 건지 올려주자마자 바로 새끼를 그쪽으로 옮기더라구요~

스티로폼이 큰게 없어서 일단 되는대로 만든거라 집이 좁네요...

 

요렇게 준비를 해주고 모처럼 휴가중이라 가족들과 속초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옥상길냥이 들이 먹을 밥은 밥통에 넉넉하게 넣어주고 물도 가득채워주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겨우 2박하고 3일째 아침에 집에 오는길....

어머님이 전화가 와서 옥상에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죽어있다고 하는 겁니다.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어머님이지만 새끼가 죽은 것을 보니 안타까워 하시더라구요.

 

어미가 잘 돌보고 있을텐데 왜 죽었을까... 

속초 여행을 오지 않았다면 죽지않았을까...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집으로 도착해서 옥상에 바로 올라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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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리는 죽어서 집 밖에 내놓아져 있는게 바로 보이네요.

어머님이 만지지도 못하고 그냥 놓아두셨겠죠..

 

나머지 한마리는....스티로폼 집 안에서 죽어있었어요.

 

아... 이게 무슨 일인지..

 

모양새를 보니 아파서 죽거나 동네 개한테 물리거나 그런게 아니고 깨끗하게 잠들어 있는 것 처럼 얌전한 모습으로 떠나 있었습니다.

 

탯줄도 아직 마르지 않은 새끼들이 이렇게 둘이 나란히 무지개 다리를 건넜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어요... 왜 죽은거지??

 

이쁜이가 새끼들을 돌보지 않았던 건가... 하긴 그전에 낳았던 새끼들도 같이 출산을 했던 노랑이가 모두 맡아 젓먹이고 돌봐왔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새끼들은 양지바른 곳을 찾아 묻어주기 위해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데...

헉!!!!

 

너무 놀라서 악! 하고 소리를 질렀네요..

 

이쁜이가 소리도 없이 와서 제 뒤에서 저를 보고 있었던 겁니다.

 

이쁜이도 지 새끼들 보내주는 것을 아는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더라구요...

 

새끼를 모두 묻어주고 좋은 곳으로 가라고 기도도 해주고... 슬프지만 잘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을 모르겠는 겁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굶어죽었나?? 라는 생각이...

 

저를 쳐다보고 있는 이쁜이가 있어서 이녀석 젓이 나오고 있는건지 만져보았어요..

 

그런데, 퉁퉁 불어서 짜면 조금씩이라도 나와야 하는 젓이 말라있었습니다.

아....이럴수도 있는건가..

 

새끼를 낳았는데 젓이 나오지 않아서 속초 가기전에 평소와 다르게 나에게 비비며 그렇게 울어댔던가...

 

사실 속초로 가기전에 이쁜이가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떼쓰듯이 울어대며 제 다리에 비벼댔었습니다.

그때 얘가 왜이래~~ 하며 그냥 쓰다듬어주고 갔는데...

 

이게 도와달라는 소리였군요.....

 

아 그걸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초유를 사다가 먹였으면 잘 살수 있었을텐데...

 

이쁜이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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