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6 노랑이의 새끼 고양이를 만난 날

 

어제 저녁에 옥상에서 새끼 고양이가 계속 울어대는데 옥상에 있는 종이상자 안에서 들리는 듯 했다.

예전에 한번 옥상에서 소리가 나서 박스를 들춰보다가 어미고양이가 새끼를 낳다가 깜짝놀라서 후다닥 도망간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박스를 들춰보지 않았다.

박스 뚜껑이 규칙적으로 들썩거리는걸 보니 아마도 어미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핥아 주고 있는 모양새이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집 앞에 고양이 밥을 주고 있는데 우리 장모님은 싫어 하신다.

고양이가 얌전하고 공격적이지도 않고 애교도 많은데 단점이 하나 있다. 아주 치명적인.....

 

얘들이 우리 장모님 텃밭을 파서 대소변을 본다.

텃밭에 무언가를 심어놓으면 얘네들이 망가뜨리니 당연히 싫어하실 수 밖에....

 

고양이 밥을 사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여지껏 말을 안듣다가 이번에 마지막 경고를 하셨다.

이젠 밥을 사올 수가 없게 됐는데....자꾸 집 옥상이나 마당에 새끼를 낳아대니...참...

 

병들어 죽은 아이들도 우리집 마당 구석이나 안보이는 곳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었고 내가 다 거두어 묻어 주었는데....새끼를 낳아도 너무 많이 낳는다.

근처에 돌아다니는 대장 숫컷이 있는데 모두 이놈의 소행인 것 같다. 날 싫어하고 날 보면 도망가는 녀석...

나도 그 놈이 싫다. 온 동네 암컷 고양이들을 모두 임신시켜 놓는 나쁜 남자 !!

 

이 녀석에게 임신당한 암컷들은 공통점이 보인다. 모두 뒷덜미에 이빨 자국과 원형탈모처럼 털이 고만큼 빠져있다.

 

나를 무척 따르는 한 녀석이 얼마전 새끼를 세마리나 낳아서 내가 집을 만들어 줬고 신기하게도 나를 아주 신뢰하는지 그 집에 들어가서 새끼도 낳고 거기에 머물러 있는다.

첨에 만났을때 다른 녀석들 보다도 무척 작고 약한데다가 피부도 좋지 않아 꼬질꼬질 했던 녀석...

벌써 엄마가 되다니...

 

고양이들과의 추억도 내 추억의 일부분이니 지속적으로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어제 수상한 박스를 발견하고 오늘이 되니 무척이나 궁금했다.

어떤 녀석이 박스안에다 새끼를 낳아 놓은 걸까....

 

옥상에 올라갔다. 쥐 죽은듯 조용한 상황....박스를 멀리서 보고 있는데 뒤에서 "야옹" 거리며 누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를 따르는 이제 갓 엄마가 된 녀석... 내 뒤를 따라왔나보다.

나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인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박스가 들썩 거린다 ~!!!!

 

얼마전까지 배가 엄청나게 뚱뚱했던 노랑이가 스윽하고 나온다.  헐~~ 이녀석 배가 홀쭉해졌다.

엉덩이부터 뒷다리까지 잔뜩 젖어 있는게 새끼를 낳느라 많이 힘들었고 지쳐보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노랑이는 사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밥 주러 가면 날 보며 야옹거리고 밥을 얻어먹으니..

하지만 만지려 하면 도망가서 만져본 적은 없다. 

 

이 녀석 박스에서 나오더니 옥상에 있는 고무다라에 담겨있는 물을 엄청나게 흡입한다. 생각같아선 미역국이라도 대령해주고 싶지만 장모님께 크게 혼나겠지...

물을 한참 마시더니 밑으로 내려가서 내가 쏟아놓은 사료를 먹으러 갔다....

 

아...박스가 궁금하다....열어볼까 말까 고민~~~~~~~

 

노랑이가 없으니 살짝만 열어볼까?  

 

 

한 박스 안에 두군데로 나뉘어 있는 새끼들~~하.... 

 

들추어 세어보진 않았다. 눈 대중으로 5마리?? 속에 숨어있는 한 두마리가 더 있을 수도...

하여튼 되게 많이도 낳았다.

 

이제 고양이 밥도 못 사오는데 ㅜㅜㅜㅜㅜㅜ 

 

새끼들의 행복? (좋은 집에 분양가서 사랑받으며 사는 삶?) 을 생각하면 어미 젓 떼는 기간동안 놔두었다가 시청에 신고를 해야하나....

 

잘 생각을 해보면 엄마 고양이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더 큰 행복이라고도 생각이 된다.

 

그냥 못 본척 놔두련다. 

 

고양이 밥을 더 사올 수는 없지만 전에 사놓은 사료가 약 20킬로 정도 있다.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진 도와주고 나머지 삶은 스스로 잘 살아가길 비는 수 밖에~

 

이 녀석들 어미 고양이 사진이 있었던 것 같은데....

 

 

바로 왼쪽의 이녀석 ..노랑이라고 부른다.

 

오른쪽 녀석은 이쁜이...내가 고양이를 부르는 이름은 정해져 있다.

노란색은 노랑이, 삼색이는 이쁜이, 고등어 줄무늬는 고등이, 까만색은 까망이, 하얀색은 하양이, 동네 나쁜 숫컷 녀석은 숫컷! 이라 부른다.

 

오른쪽 이쁜이가 나를 잘 따르는데 이 녀석도 지난주에 새끼를 낳았다. 3마리를...

내가 만들어 준 박스에 낳고 키우고 있는데 얘가 한번은 새끼를 옥상 지저분한 어딘가에 두마리를 옮겨 놨었다.

옮겨 놓은건지 갖다 버린건지...

이상하게도 옥상에 두마리를 옮겨놓고 돌보지를 않았다. 한마리만 박스안에서 돌보고 있는 것이다.

 

옥상에서 새끼 두마리는 울어대고 어미는 아래층 박스에 있는 한마리만 돌보고 있고...참 이게 무슨 경우인지 난감했다.

 

다음날이 되서 걱정이 많이 되던 나는 밤에 옥상으로 올라가서 우는 새끼들을 찾아냈다.

 

결국 내가 버림받은 새끼 두 마리를 다시 이쁜이가 거주 중인 상자로 넣어 주었다.

 

 

버림받았던 녀석들...두마리다.

신기하게도 내가 찾아서 손에 올려놓으니 울지를 않는다.

바로 이쁜이가 사는 박스에 쑥 넣어주었는데, 이쁜이는 나를 많이 신뢰하는 것을 그 때 느꼈다.

내 손을 넣어 박스에 지 새끼들을 넣어주는데, 화도 내지 않는다. 

지금은 걍 그 박스에서 잘 살고 있다.

 

오늘은 새로운 생명체들을 만난 날이다. 

 

슬프지만 난 남은 사료가 다 떨어지면 너희를 돌봐줄 수 없으니 다른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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